막내 고양이 다즐링은 10여년 전에 살던 동네에서 한밤중에 냥줍을 한 아가입니다.
어쩌다가 냥줍을 했느냐. 새벽에 작업을 하고 있었는데 앞집에서 중년 여성의 악을 쓰는 소리가 들리더니 나이가 어려보이는 여학생이 울면서 애기 고양이를 밖에다가 내놓는 걸 창문으로 목격했부렀어요. 그 애기 고양이는 저도 몇 번 본 적이 있었는데 저희 집 근처에서 서럽게 울고 있는 걸 동네 어른 고양이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얘를 우짜나...'하는 난감한 표정으로 바라보다가 사람이 오면 바로 흩어졌던 바로 그 장면의 주인공이었어요. 아마 앞집 여학생이 애기가 불쌍해서 들고 들어갔었나봅니다.
밤 세워 작은 목소리로 서럽게 울던 아기 고양이는 결국 저희 집으로 업어왔습니다. 그때부터 어쩐지 화장실에서 똥을 안 싸고 잘 안보이는 곳에 숨어서 설사를 몇날 며칠했는지 몰라요. 아마 앞집에서 쫓겨났던 이유도 숨어서 싸는 설사 테러 때문이었으리라 생각합니다.
하여간 이 아기 고양이는 무럭무럭 자라서 지금도 대부분의 큰 일을 화장실에 안 싸고 방바닥에 싸는 변비쟁이 으른 고양이로 컸어요. 유추해보자면 아마 똥을 쌀 때 공격을 여러번 당했거나 똥을 싸다가 무서운 아줌마한테 혼이 나서 트라우마가 생긴 거 같습니다. 그래서 가장 믿고 있는 제가 옆에 있을 때 방구석에 싸는 걸로 보입니다.
이 아이가 똥에 민감하고 진심이라는 것은 다섯 고양이 중에 거의 유일하게 제가 화장실에 일을 보러 들어가면 따라 들어와서 제 발에 똥꼬를 대고 앉아 바깥 쪽을 바라보며 "누야가 일을 볼 때엔 내가 지킨다!"는 엄격+근엄+진지하게 긴장을 하고 있는 모습에서 증명이 될 수 있을 듯 합니다. 밖에서 조그만 소리만 나도 숨는 쫄보 주제에 이 때만 밥값을 하는 너낌? ㅎㅎㅎㅎㅎ
처음엔 아이가 방에 똥을 싸면 저 역시 짜증을 내기도 했는데 아이의 과거를 생각해보면 아기 때의 끔찍한 트라우마 때문이었구나, 나를 믿으니까 자기가 똥 쌀 때 내가 자기 뒤를 지켜줄거라고 생각하는구나 하는 생각에 맘이 찡해지더라고요.
그래, 싸라 싸. 싸면은 다행이야. 못 싸면 큰 일이지-> 병원가야 되니까! 내가 맡기로 한 이후부터는 이러나 저러나 내 새끼다!
그런데 고양이가 화장실이 아닌 곳에서 똥, 오줌을 싸는 이유로 가장 흔한 것은 화장실 상태가 맘에 들지 않기 때문이니까 참고하세요. 냥이들은 보통 자기 쉬 냄새가 나는 곳에 계속 오줌을 싸려고 하는데 그게 덮어졌다면 짜증을 내기도 하더라고요. 정해진 한정된 장소지만 일종의 영역표시랄까요. 다묘댁에서는 화장실 갯수를 늘려줘야 하는 타이밍을 놓쳤거나 혹은 냥이가 너무 깔끔쟁이라서 화장실의 위생상태가 지 맘에 안 차는 걸수도 있습니다.
고양이지만 쥐새끼만했던게 이리 둥둥해졌습니다. ㅎ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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