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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관찰 일지

고양이 관찰 일지 006. 고양이가 사료를 잘 안 먹는다면(나이 많은 고양이를 위한 고려)

by 매일매일 여러가지 이유로 좋은 날 2021. 2.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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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날 천날 애기 같은 얼굴의 여러분의 귀한 고양이가 어느 날 부터인가 사료를 먹지 않고 간식만 밝히는 기분이 든다거나 집사에게 뭐라뭐라 찡얼대는 횟수가 늘었다면 그건 아이의 잇몸이 안 좋아졌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이런 변화는 매우 서서히 오기 때문에 아이가 어딘가 아파서 그런가보다라는 생각을 하기가 힘들어요. 그래서 애가 사료는 안 먹고 간식만 밝힌다는 오해를 사게 만들죠. 그리고 아이가 서서히 말라가는 건 나이가 들어서 그러는가보다하고 착각을 하게 됩니다.

 

우선 평소에 아이에게 치석이 있었다면 잇몸을 눌러서 더 안 좋아질 것이니 평소 치석이 잘 쌓이는 아이라면 1년에 한 번은 스케일링을 해주시고 스케일링이 안 되는 상황이라면 다른 포스팅에 쓴 것처럼 그리니즈 필라인 과자를 사주세요. 실제로 치석이 제거되는 과자이나 고양이에 따라 호불호가 극명하니 대량으로 사지 말고 소량으로 우선 구매하길 추천합니다.

(부연 설명을 하자면 지금 쓰는 포스팅에 주인공인 아이의 경우 간 수치가 안 좋아서 마취가 안 되기 때문에 스케일링 시도가 번번히 무산됐던 경력이 있어서 그리니즈 필라인 과자로 치석을 많이 제거한 경험이 있습니다.)

 

아이의 잇몸 상태가 겉으로 보기에 멀쩡해 보인다고 해도 사료를 안 먹는다면 일단 잇몸이 약할 수 있다는 가정을 해보시기 바랍니다.

 

잇몸이 약할 경우 보이는 행동은

 

1. 사료를 먹을 때 시간이 많이 걸리고 가끔 뱉어냅니다. 침을 묻힌 뒤에 다시 먹는 경우가 있습니다.

 

2. 새 사료가 왔을 때 봉투를 열면 밀폐되어 있던 향기가 뿜어져 나오면서 아이의 식욕을 자극하기 때문에 몇 알갱이인가는 코를 박고 먹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날 밤 부터 혹은 다음 날이 되면 어제까지 잘 먹던 사료를 다시 안 먹습니다.

 

3. 우유나 다른 습식 간식을 매우 좋아합니다만 습식 간식 중에도 잇몸에 자극을 주는게 있는지 같은 브랜드 제품이어도 그 중 특정 맛만 골라서 먹기 시작합니다.

 

4. 집사에게 자주 말을 걸며 뭐라뭐라 쫑알거리고 밤에도 자꾸 깨우려고 합니다. 집사가 말귀를 못 알아먹으면 배가 고픈 분노에서 나오는 광란의 우다다를 시전하는데 아이가 배고픈 줄 모르고 오히려 혼을 낼 때가 있으니 참으로 안타까운 상황이 아닐 수 없지요. 

 

5. 하루 5번 이상 캔 간식을 주는데도 불구하고 아이 배에서 자꾸 꼬르륵 소리가 납니다.

 

6. 집사가 뭘 먹을 때 적극적으로 어필합니다. 자기가 배가 고프다는 걸 알리기 위한 행동이에요.

 

7. 아이가 도저히 참지 못할 때는 집사 앞에서 다리를 꼬며 서서히 쓰러지는 듯한 행동을 보일 수 있습니다. 

 

어떻게 아냐고요? 위의 내용은 전부 제 고양이와 저의 경험담이니까요. 제가 죽을 때까지 죄책감으로 가슴에 응어리질 일이 추가된 것이죠...

 

 

위에 쓴 얘기 중에 거의 마지막 단계에서 아이가 집사를 한 번 부르고 난 뒤에 앞 발 하나를 안 쪽으로 꼬며 서서히 쓰러질 때의 공포란 정말 엄청난 것이었습니다. 아이 몸에 아주 큰 일이 난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말귀를 못 알아듣는 집사에게 친히 행동으로 이해를 시켜준 고양이의 극단적이고 명확한 표현이었습니다.

 

그래서 이런 저런 생각 끝에 아이 잇몸이 제 생각보다 훨씬 좋지 않다는 것을 깨달은 뒤에는 아이가 잘 먹는 습식 간식을 자주 먹이고 사료를 물에 불려서 주는 방식으로 맞춰 나가고 있습니다. 사료를 불릴 때 찬물에 불리면 속까지 물렁해지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니 뜨거운 물에 사료가 잠길 정도로 불려주세요. 한 번에 너무 많이 하지 마시고 소량씩 해주세요. 참고로 사료를 한 종류만 불려주면 금방 질려해서 두 종류를 번갈아가면서 먹이고 있습니다.

 

 

고양이 중에 우유를 좋아하는 애들이 있는데 잇몸이 안 좋을 땐 밥보다 우유를 더 자주 먹고 싶어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럴 때는 매일우유 중에 락토프리 제품인 "소화가 잘 되는 우유"를 먹이면 설사의 위험에서 해방될 수 있습니다.

 

닭가슴살과 국물, 습식사료 중에 스프라는 이름이 붙은 간식으로 아침 저녁 한 팩씩 주세요. 같은 종류만 주면 질려할 수 있으니 돌아가면서 주는 걸 추천합니다. 아래는 제가 먹이는 종류, 잘 먹네요.

 

이 포스팅을 보러 오신 분들은 부디 저 같은 실수를 하지 말고 빠른 처방을 해서 아이의 배를 빵빵하게 유지시켜 주시길 바랍니다. 

 

언제나 집사가 바라는 건 단 한가지 뿐,

"부족하지만 노력할테니 제발 건강만 해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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