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일입니다. 아침에 카톡이 와서 보니 제가 사는 주소지가 아닌 곳으로 우체국택배가 도착 예정이라는 카톡이 와있더군요. 이 카톡의 윗 부분에는 평소 저희 집 주소로 제대로 오던 택배나 등기 알림이 있었기 때문에 사기성 앱은 아니었습니다.
최근에 주문한 게 없는데? 인터넷에 에이씨아이월드와이드를 검색해 보니 국내에 있는 통관대행업체더군요. 등기 번호를 쳐보니 허! 누군가 제 명의로 해외에서 물품을 구매하여 제가 알지 못하는 용산구 주소로 배송을 시도한 것이었습니다.
첨에는 구매자가 제 이름을 쓴 건 그렇다쳐도 제 핸드폰 번호를 그대로 쓴 것에 대해서 참으로 멍청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조금만 생각을 달리 해보니 이게 만약 불법 밀수품으로 걸릴 경우 그 덤태기를 제가 모조리 뒤집어 쓸 수 있는 일이었어요. 사기꾼들이 지들 핸드폰으로 받을 경우엔 금방 들통이 나지 않았겠습니까? 그러니 걸리면 내가 죄를 뒤집어 쓰고 운 좋게 안 걸리면 사기꾼들은 무사히 물건을 받는 걸 노린 거 같았어요.
그래서 그 뒤 제가 조치한 상황을 요약하자면
-일단 오전 중에 집배원님께 전화를 하니 안 받음. 그래서 해당 물품은 내가 구매한 제품이 아닌 범죄 묻은 제품이니 배송하지 말아달라고 문자 남김.
-잠깐 다른 일을 하다가 집배원님의 연락이 없어서 오후에 우체국 상담센터에 전화해서 내가 주문한 게 아니니 제품을 배송하지 말아달라고 하였으나 상담원은 우체국은 배송을 하는 기관이라 우선 배송은 되어야 한다는 답을 줌. 하... 그렇다면 배송지에서 택배를 수령하는 사람이 싸인을 어떻게 하는지, 그 인간 사진을 찍을 수 있으면 찍어줄 수 있는지에 대해 알려달라고 하자 상담원이 집배원과 통화를 해보겠다고 하고 끊음.
-상담원과의 통화에서 물품이 우선 배송되어야 한다는 말에 분노가 차오르기 시작한 관계로 내가 다시 집배원님께 전화를 함. 집배원님의 대답은 충격적이게도 최근 용산구에 이런 명의도용으로 해외배송이 되는 물품이 증가하고 있어서 내가 보낸 문자를 확인한 뒤에 해당 물품을 중간 장소에 따로 보관하고 있다고 함. 나는 가급적 운송장을 사진 찍어서 보내달라고 했으나 바빠서 힘들 거 같다는 말을 들음.
-실제 어떤 제품이 배송되었는지 모르기 때문에 제 명의로 불법적인 물건이 배송되었을 경우 매우 곤란해질 거라 생각해서 112에 신고함.
-주소지로 경찰 출동했다는 문자 받음.
-통관대행 업체에 전화함. 상황 설명을 하자 뭔가 좀 놀라는 척 하는 거 같아 보여서 찜찜. 나 같은 명의 도용 문의를 한 사람이 더 있었다고 함. 주문된 물품이 뭐냐고 묻자 체온계로 알고 있다고 함. 체온계? 지들은 이런 경우 뭔가 서류에 문제가 있거나 주문자가 이메일을 보내는 과정에서 정보가 뒤바꼈을 수 있다고 하는데 말이 됨? 이메일 보낸 놈이 내 이름이랑 전화번호를 어디서 알고 보냈다는 거임? 어쨌건 대행만 하는 업체가 확실할 경우 이들에게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는 걸 알고 있음. 그래서 우체국에서 물건을 배달 안 해주고 홀딩된 상태로 있을 거라고 전해줬더니 "배송이 안 된다고요?"하고 놀램. 왜 놀라지? 당연한 거 아님? 의아했음. 경찰에 신고해서 출동중이라고 알려주니 "우리 회사로 온다고요?"하고 더 놀램.
아니요... 뭔가 새로운 사실이 밝혀지면 연락 달라고 함.
-경찰에서 연락 옴. 주소지는 일반 빌라고 사람의 인기척이 없었다고 함. 문도 잠겨 있어서 일단 철수한다는 얘기였음. 아니 드라마 보면 주변에다가 여기 택배 쌓이면 누가 가져가는지 아냐고 탐문 수사도 좀 해주고 그러던데. 거기까지 가서 그냥 온다니... 하여간 내가 112에 신고할 때 남긴 집배원님의 연락처로 경찰이 전화를 해서 물어보니 최근에 관세를 피하기 위해 이런 명의도용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고 함. 내 명의가 도용된 건에 대해서는 거주지 관할 경찰서에서 민원접수를 해야 한다고 알려줌. 어쨌건 누군가 내 명의를 도용한게 관세를 피하려고 그랬다?
-그래서 관세청 사이트에도 고발함.
-그리고 다음 날인 오늘 경찰서에 가서 명의도용 건으로 신고함. 그런데 내 주민번호가 쓰인 건 아닐수도 있어서 명의도용 성립이 안 된다고 민원접수하는 분이 난감해 하시다가 사기로 접수하겠다고 하고 오늘 조서 쓰고 갈 거냐고 물어봄. 호곡, 조서도 써야 되는 거였어? 뭐, 온 김에 쓰고 간다고 함.
-경제1과로 안내 됨. 팀장님이 내용을 보고 내가 금전적 피해가 없는 건 다행이라고 했으나 금전적 피해가 있었어야 적극적으로 나서는 건가부다 싶은 스멜이 났음. 내 입장은 "사건이 발생한 걸 알게 된 이후 내가 명의도용을 당했다고 적극적으로 신고했다는 기록을 남겨달라는 것"이라는 걸 확실히 전달함. 만약 신고 내역이 없을 경우 내 명의로 누군가 또 해외구매를 하고 그게 마약류나 불법적인 물건으로 세관에 걸렸을 때 왜 처음 도용 당했을 때 신고를 안 했냐는 의심과 덤태기를 받지 않기 위해서 신고하는 것이라고 자세히 설명함.
-경찰서 팀장님 왈 최근에 신분증을 잃어버린 적이 있냐고 했으나 전혀 없음. 그래서 사기꾼들이 내 개인정보를 어디까지 알고 있는건지 몰라서 더 찜찜하다고 얘기함. 만약에 이 사기꾼들이 내 명의로 불법적인 물건을 수입하면 경찰서에는 내가 불려와서 조사 받을 수 있냐고 묻자 그럴수도 있다는 대답을 들음. 시바... 일단 가접수 상태에서 조사가 진행되면 연락을 주겠다는 말을 듣고 돌아옴. 사건 자체를 큰 일로 보는 거 같지 않아서 조사 진행이 안 될 수도 있겠다는 스멜도 느꼈음. 상관없으니 내가 신고한 내역만 남게 해달라고 재차 당부하고 돌아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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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관세청 무서운 걸 아는 한국인이 저지른 짓 같지는 않습니다. 교육 수준이 매우 떨어지는 한국인이거나 아니면 외국인 범죄자가 뭣도 모르고 저지른 짓 같은데 용코로 걸리면 곧 관세청+경찰 콤보로 조사 받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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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글입니다.
범인이 누구였는지 밝혀졌는데 이미 근로계약기간이 끝난 방과후 컴퓨터교실 담당 업체의 소행이었습니다.
교실에서 사용할 체온계를 중국에서 주문하면서 주강사와 보조강사에게 허락도 안 받고 남의 이름과 핸드폰 번호를 이용해서 중국에 주문을 한 거 였습니다. 그 업체와 더이상 연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퇴사한 제 명의를 함부로 도용한 담당자는 경찰서에서 연락이 가게 만들었습니다. 담당자가 경찰서에서 전화를 받게 되니까 그 위 직책들도 번갈아가면서 저한테 해명한답시고 전화를 하는 통에 업무를 못 볼 정도로 난리를 치길래 한 번만 더 전화하면 국세청, 학교, 교육부에 진정 넣는다고 하니까 조용해 지네요. 어떻게 교육을 하는 업체에서 저따위 범법 행위를 천연덕스럽게 했는지 정말 기가찹니다.
담당 경찰분 말씀이 경찰서 내에서도 개개인 용도의 물건을 사야할 경우 종이서류에 한 명 한 명 일일히 동의 싸인을 받아야 한다는데 법도 무시하고 이런 짓을 한 해당 업체에 할 말을 잃었습니다.
퇴사 후에 알았지만 ㄷㄱ는 업계에서 가뜩이나 급여가 짜기로 소문이 나있어서 아는 사람들은 절대 안 가는 곳이라고 하더군요. 급여 명세서를 요청해도 매번 무시하고 연락 받은 적이 한 번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신고 후에는 하루에 30통 이상 전화를 하네요? 제가 신고한 이후에야 다른 강사님들한테 부랴부랴 말도 없이 명의를 사용해서 중국에서 물품 구매했다고 연락을 돌렸답니다. 저것들이 사람인지.... ㄷㄱ는 앞으로 쳐다도 안 볼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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