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와의 데이트는 보통 2~3주에 한 번인데 지난 주말에 만날 때 "남자친구가 생겼으니 24일에는 같이 있고 싶다. 아니면 29일이 제 생일인데 이브에 보거나 생일 때 보거나 양자택일해주세요."라고 하는 제 의견 중 크리스마스 이브에 만나자고 하는 의견을 선택해주셨어요. 오빠는 프로젝트성 직업을 갖고 있어서 현재는 경기도에 있는 직장에 다니고 있기 때문에 평일에 만나는 건 넘 어려운 일이었지만 특별한 날이니 회사에서 조금 일찍 출발하셨다고. 감동~
저는 성당에 자주 나가지 않는 신자이지만 크리스마스 이브에는 명동 성당에서 초 켜는 걸 좋아하기 때문에 이번엔 오빠랑 가보기로 계획을 짰어요. 계획이랄 것도 없이 그냥 명동칼국수 먹고 성당 갔다가 카페 가는 정도였는데 7시쯤 명동에 도착한 오빠는 중국식 도삭면 가게가 맛있다고 해서 거기로 갔다가 그 시간에 이미 재고 소진이라는 안내문을 보고 다시 명동칼국수로 갔지만 대기자가 30명이 넘어 보여서 여기 저기 둘러보다가 유가네 닭갈비 집으로 들어갔어요.
처음엔 너무 배가 고파서 볶음밥도 먹어야지 했는데 먹다보니 양이 은근 많더라고요. 그래서 기본 2인에 맥주 2병 마시고 명동 성당으로 갔어요.
올해는 뱅쇼 먹어봐야지 했더니 8시에 이미 마감이라고 천막 다 철수하는 분위기여서 '뿌엥~' 해버렸네요. 전문 장사하는 분들이 아니라 봉사활동하는 분들 같았어요. 빛의 속도로 거두는 걸 보니 말이죠.
오빠가 명동에서 직장을 다닐 때 점심 식사하고 자주 명동 성당에 산책 왔었다고 했는데 계단 중간에서 왼쪽에 있는 마리아님 상이 있는 곳이 있는지는 처음 알았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오빠 덕에 성당 뒷쪽에 큰 마리아님 상이 있는 걸 처음 알았고요. 오야동동 잔돈이 없어서 거슬러 달라고 하니 봉사활동 하는 분들이 자신들은 잔돈이 없고 돈은 직접 만질 수 없다는 설명을 해주셔서 만원짜리를 봉헌함에 넣고 초를 5개나 ㅎㅎㅎㅎㅎㅎ 켜고 왔어요. 마침 제가 맡은 동에서 떠나간 어르신이 계셔서 함께 기도 올리고 성당 쪽으로 올라가서 한 바퀴 돌았어요.
그리고 성물 파는 곳에서 디자인과 가격이 맘에 드는 은반지가 있길래 하나 샀네요.
진열대에는 12,000원이라고 써있었는데 집에 와서 보니까 15,000원이 결제되어 있어서 잠시 어리둥절했으나 분명 점원분이 바코드를 찍어서 계산한 걸 본 터라 그냥 착오가 있었으려니 아니면 3,000원 더 기부? ㅎㅎㅎㅎㅎ 그래도 다른 분들은 영수증 잘 보시길~
오빠가 스벅이랑 투썸이 같이 있다는 골목이 있다고 해서 근처로 간 다음 아무래도 크리스마스엔 케익을 전문적으로 하는 투썸에 가자는 제 의견으로 2층에 있는 투썸엘 갔어요. 자리는 역시나 오빠가 돌진해서 금방 잡고 ㅎㅎㅎㅎ 밤이니까 커피는 마시기 말자고 했더니 그럼 알아서 시켜달라는 오빠 말에 메뉴판 정독하다가 명동 성당에서 못 먹은 뱅쇼가 있길래 오빠 거는 아이스, 저는 핫으로 시키고 케익은 크리스마스 느낌 나는 레드벨벳 시켜서 찹찹 잘 먹었네요. 뱅쇼는 어린이들도 먹는 감기약 같은 거라 끓이는 동안 알콜은 다 날라가고 과일의 신맛만 남아서 너무 셨지만 감기는 사라지겠더라고요. ㅎㅎㅎㅎㅎ
기관 종무식 때 뽑기에 당첨돼서 받은 롯데시네마 영화 티켓을 어쩔까 하다가 티켓 뒷면에 비인기 영화가 이미 지정되어 있는 거여서 굳이 데이트 때 시간을 내어 보기 싫었던 저는 오빠가 알아서 처분하거나 지인 드리라고 하고 드렸네요.
성향이 비슷한 남자 친구가 생겨서 즐겁네요. 생일인 오늘은 아침 일찍 케익도 보내줘서 해피~ 남자 친구는 음력 생일 지낸다고 해서 디데이 앱 깔아서 잘 챙겨줘야겠습니다. 올해는 직장 일이 참 힘들었지만 남자 친구 덕에 많이 웃고 재밌는 부분으로 상쇄가 되네요.
솔로 생활 12년 만에 생긴 원하던 남자 친구상에 90% 부합하는 남자 친구에게 저도 좋은 사람이 되어 주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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