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 젊고 날이 서 있는 김명민씨의 연기와 아까운 명배우 장진영씨의 연기를 볼 수 있다.
용현(김명민)은 곧 허물 예정인 재개발단지 시민아파트 504호에 월세로 이사를 온다. 그에게 세를 내 준 504호 주인은 동네에서 이발소를 운영하는 사람인데 504호는 얼마 전에 젊은 남자 작가 지망생이 불에 타 죽은 채 발견된 곳이었다. 그러나 집주인은 화재로 인한 천장의 그을음도 제대로 처리하지 않고 곧 바로 임대를 놓은 인간이었다.
같은 5층 라인 끝에는 아이를 잃어버리고 남편에게 맞고 사는 여자 선영(장진영)가 살고 있다. 남편은 도박에 빠져 며칠에 한 번 들어와서 선영을 구타하고 아이를 잃어버린 책임을 물으며 선영이 야간 편의점에서 힘들게 일해서 번 돈을 뺏아간다. 용현이 사는 504호 옆집에는 출판사를 하다가 망한 남자가 자신이 살고 있는 아파트를 배경으로 공포소설을 쓰고 있다. 선영의 옆집에는 집에서 피아노를 가르치는 강사(조안)가 있는데 얼마 전 504호의 화재로 사망한 작가 지망생의 여자친구이다. 피아노 강사는 선영과 친하게 지낸다.
용현은 선영과 마주칠 때 마다 말을 걸어 보지만 선영은 무시를 한다. 그러다가 택시 일을 하던 용현이 자기 자가용으로 퇴근하는 길에 야간 편의점 일을 마치고 돌아가는 선영을 태워서 아파트까지 같이 오게 되고 하필 선영은 남편에게 그 모습을 보이게 되어 또 다시 구타를 당하다가 칼을 휘두르지만 남편에게 더 많이 맞았을 뿐이다.
피아노 강사는 야간 편의점에서 일하는 선영을 찾아가 꿈에서 자꾸 죽은 남자친구가 나와서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데 왜 그런지 모르겠다며 무섭다고 말한다. 그리고 며칠 뒤 피아노 강사와 선영이 영화 시사회를 간 날 우연히 같은 극장에서 나오던 용현이 같이 차를 마시자고 하지만 피아노 강사는 기분 나빠하며 먼저 간다. 그렇게 찻집에서 차를 마시며 말을 많이 하게 된 용현과 선영은 드라이브도 같이 가는 사이가 된다. 놀러 간 곳에서 용현은 자신의 풀린 신발끈을 묶어주는 선영에게 어떤 감정을 느끼게 된다.
며칠 뒤 아파트 어디에선가 여자의 이상한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용현은 등불이 깜빡거려서 괴기스러운 분위기의 아파트 복도를 걷다가 뒤를 돌아보는데 뒤에는 선영이 피투성이가 되어 웃는 듯 우는 듯한 소리를 내면서 서 있었다.
용현은 선영이 죽인 남편을 산에 묻으며 지갑 속에 신분증과 발견시 신원을 알아볼만한 것들을 자신의 주머니에 넣고 묻어버린다.
얼마 뒤 집에서 자고 가는 사이가 된 두 사람, 선영은 자기 엄마는 자기가 어렸을 때 죽고 아빠는 정신이 이상해져서 집을 나갔다고 말한다.
용현은 머리를 자르러 집주인이 운영하는 이발소에 갔다가 504호 옆집에 사는 공포 소설가가 이발소 주인과 같이 이발소 벽에 붙어 있는 오래된 흑백사진 속에서 갓난아기를 안고 있는 부부의 사진에 대해 하는 얘기를 듣게 된다. 바로 용현이 지금 살고 있는 504호에서 옛날에 남편이 부인을 죽이고 옆집 젊은 여자랑 바람이 나서 도망을 갔고 아기는 난로 불이 타는 바람에 주변에서 알게 되어 구출되었다는 얘기였다.
용현의 샤워신에서 엉덩이에 있는 화상 자국을 보여주는데 사진 속 갓난아이는 바로 그였다.
504호 소설가는 한 날 용현을 집에 불러 맥주를 마시며 용현의 나이를 묻고 자신이 쓰는 공포소설에 대해 얘기한다. 그리고 얼마 전에 504호에서 남자 작가 지망생의 죽음에 기이한 일이 있었는데 불이 다른 곳으로 안 옮겨가고 딱 사람 크기 만큼만 났었다는 이야기였다.
용현이 일하는 택시운수 대기장으로 형사가 찾아와서 용현이 예전에 만나던 술집 여자의 실종 사건에 대해 묻는다. 용현은 자신도 피해자라고 말하며 상황을 타파한다.
선영이 용현의 집에서 냉장고 청소를 하다가 검정 비닐봉지에 있던 귀금속 뭉치를 발견하는데 그 모습을 용현도 굳은 얼굴로 쳐다본다. 선영은 귀금속 뭉치에서 반지를 하나 몰래 빼서 갖지만 나중에 비닐 안의 내용물을 확인하던 용현은 반지가 사라진 걸 깨닫는다.
나중에 용현은 선영과 피아노 강사가 서로 싸우는 소리를 듣는데 피아노 강사는 선영에게 선영을 매번 패던 남편에게서 벗어나게 해주는 아무 남자가 필요했던 거 아니냐는 말을 하고 선영은 홧김에 그렇다고 해서 밖에서 듣던 용현의 마음은 삐뚤어져 버린다.
피아노 강사는 아파트 끝에서 뭔가를 태우는 소설가 곁으로 다가가다가 그가 태우는 것이 자신의 죽은 애인이 쓰던 습작 노트였다는 것을 알고 뺏는다. 소설가는 사실 죽은 504호 작가 지망생의 노트를 베껴 책을 만들고 있었다.
용현과 선영은 다시 한 번 야외로 드라이브를 가고 용현은 선영에게 일부러 술을 많이 먹인다. 그리고 일을 못 가게 한다. 연못 근처에서 용현은 고등학생 때 자신을 괴롭히던 놈을 조용히 시킨 방법에 대해 말한다. 뒷 산으로 불러서 죽였다는 것. 선영은 놀라지만 둘은 그대로 모텔로 들어간다. 선영은 세수만 하고 나와서 일하러 가야겠다고 하지만 용현은 선영을 사랑했는데 피아노 강사와 하는 얘기를 듣고 배신감을 느꼈다는 듯이 말한다. 선영은 그런 용현에게 사랑은 다른데 가서 찾으라며 비웃는다. 용현은 반지 얘기를 하면서 전에 자신이 사랑했던 여자도 자기를 이용만 하고 버려서 죽였다는 말을 한 뒤 선영의 목을 졸라 살해한다. 선영은 죽어가며 자신이 과거에 남편에게 맞는 모습을 보고 방에 있던 철제 캐비넷 안으로 숨었던 아들이 선영이 기절해 있는 동안 캐비넷 안에서 질식해서 죽어 있는 것을 발견하고 산에 묻었던 일을 회상한다.
용현은 죽은 선영을 야산에 묻으면서 선영의 지갑 속에 신분증과 사진을 꺼내다가 깜짝 놀란다. 그리고 이발소에 가서 벽에 붙은 사진과 선영의 지갑에서 나온 사진을 비교한다. 흑백 사진 속에서 부인을 죽이고 도망간 남편의 얼굴과 선영의 지갑에서 나온 가족 사진의 아빠 얼굴이 같다.(여기서 나는 영화 제목을 그대로 외쳐버렸다!)
선영과 용현은 이복 남매였던 것이다.
충격에 휩싸여 집으로 돌아간 용현은 복도에서 '출판사에서 책을 까인' 소설가의 울부짖는 소리를 듣는다. 죽은 여자의 아들이 아파트로 돌아온다는 재밌는 내용을 이해 못한다며 울분을 토하는 소설가의 얘기에 빡이 친 용현은 소설가에게 내가 왜 죽은 귀신의 자식이냐며 주먹질을 하는데 갑자기 아파트 복도 등불이 깜빡거리기 시작한다.
집에서 귀중품과 햄스터를 들고 1층 밖으로 나온 용현의 뒤에서 음산한 자장가가 들려온다. 뒤를 돌아보니 아파트 전체에서 불이 점멸하며 음산한 여자의 목소리로 자장가가 들려오며 영화는 끝이 난다.
저주 받은 아파트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사실 용현의 아빠가 엄마를 죽인 것도 아파트에 이미 저주가 씌였기 때문이었을 거라 생각한다. 그게 아니라 그의 부모 때 부터 안 좋은 일이 시작된 것이라면 남편에게 살해당한 엄마 귀신이 남편과 바람난 여자의 딸을 다시 그 아파트로 불러들이고 딸의 자식을 죽이고 딸은 지옥 같은 폭력 속에 갇히게 만든 것이다. 그러나 굳이 자신의 친아들과 만나서 성관계까지 하게 될 필요는 무엇이었는지 모르겠다. 욕보이고 죽이는 것이 목적?
영화 중간에 피아노 강사가 작가 지망생이 살아 있을 때에 대화했던 장면이 나오는데 여기서 피아노 강사가 임신한 걸 알 수 있었다. 작가 지망생은 자신이 여자 귀신에게 들은 '아들이 돌아온다.'는 문장에 대해 불안해 하며 자신이 다른 곳으로 가야하는지 고민하였는데 피아노 강사가 임신한 자신과 헤어지려고 하는거냐며 이기적이라고 몰아부쳐 이사를 못 하고 결국 타 죽었다. 잠이라도 여자 집에서 잤으면 됐을텐데, 어쩐지 남편 자리의 부재가 계속되는 저주받은 5층 라인이다.
영화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모텔 장면 중 하나였는데 고정된 카메라 안에서 말다툼으로 시작하여 몸싸움하는 장면으로 길게 원테이크로 담은 씬이었다. 여자 배우가 실제로 다쳤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러고 보니 장진영씨는 여러 영화 속에서 예쁜 역할보다는 참 어려운 배역을 많이 한 거 같다. 그녀와 김명민 씨의 연기에 찬사를 보낸다.
참고로 영화 내용상 꼭 필요한 장면이었으나 가족이랑 같이 보긴 힘든 장면이 나오니까 혼자 보길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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