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확진 되었네요. Feat. 이번 유행은 조심한다고 안 걸리는게 아닌 거 같아요.

지난 주 목요일에 심하게 아파서 학교를 쉬었습니다. 키트 검사에서는 한 줄만 뜨더군요. 그 다음날 금요일 오전에 키트 검사를 하니 또 한 줄. 일을 계속 쉴 수는 없으니 일단 나갔습니다. 같은 부실의 산학위원님과 캐비넷 열쇠를 주고 받는 과정이 있었는데 좀 있다가 위원님이 어제부터 목이 이상하다고 출근한지 한 시간 만에 먼저 조퇴하겠다고 하셔서 읭? 나도 가야 되나 싶었지만 어제도 쉬었으니 걍 있었죠. 어제에 비하면 몸도 확실히 나은 상태였고요.

그러다 주말인 토요일 오전에 위원님이 부서단톡방에 코로나 검사에서 확진결과를 받았다고 알려주시더군요. 음... 지난 주에 위원님은 월화수목 다 안 나오시고 금요일만 한 시간 정도만 왔다 가셨기 때문에 서로간에 전파가 안 됐으리란 행복회로를 돌리고 있었는데 일요일 오후 화장실에서 락스로 여기 저기 청소하는 동안에 이상하게 락스 냄새가 안 난다는 걸 발견했어요. 그래서 깨달았습니다. 제 상황이 개같이 멸망했다는 것을!

그래서 월요일에 부장님께 말씀 드리고 보건소를 갔는데 사람이 정말 많더군요. 검사하고 나서 보건소 담당자에게 물어보니 결과가 담날 오전에 나온다고 해서 혹시 병원 중에 당일 날 검사결과 나오는 곳 아시냐고 물었더니 모르신다고.

그리고 담날 8시에 코로나 확진 판정 문자를 받았습니다. 단톡방에 사과와 함께 부장님께 말씀 드렸고 여러 안부말이 오가고 나서 증거를 학교에 남겨야 된다고 하셔서 문자를 캡처해서 보내드렸습니다.

위의 문자에서 자기기입식 조사서를 쓰면 보건소에서 전화가 와요. 전 약이 자동으로 배송되는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고요. 자세한 내용은 아래에서.

병이 옮은 경로를 추측해보자면 지난 주 화요일에 들린 동네 마트에서 제 물건 담던 캐셔 언니가 건너편 캐셔에게 "몸이 아픈게 아무래도 이상하다. 여기저기 다 아프다. 배도 아프고 목도 아프고 @#$%^&*^~!@*" 하면서 계속 자기 몸 아프다는 걸 제 물건 다 담고 마트를 나갈 때 까지 말하더라고요. 당시 생각하기에도 그렇게 아프면 일을 나오지 말았어야 하는게 아닐까 싶었으나 책임감과 인력부족 그리고 돈은 무서운 것이란 걸 저도 잘 알고 있으니까 그럴 수 있다라고 생각했지만 전 일단 이 분한테 옮은게 아닐까 싶네요. 아니면 목요일은 그냥 몸살이었는데 면역력이 약해졌을 때 위원님한테 옮았을 수도 있고 아니면 제가 위원님께 옮겼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고요. 결과적으로 뭐가뭔지 전혀 모름! 얼마 전 뉴스에서 <지금 코로나 안 걸린 사람 대인관계에 문제 있다.>는 얘기는 저 같이 조심한다고 가족도 안 보고 친구도 안 보던 사람도 뙇! 걸리는게 히키코모리가 아니고서는 피해갈 수 없다는 맞는 말 같네요.

하여간 그 뒤로 보건소에서 문자가 와서 동네 의원 중 비대면=전화통화로 문진 가능한 곳 안내가 떠요. 그 중에 하나 찜해서 전화하고 처방전을 받으면 동거인이 가서 약을 받아오기 혹은 배송받기를 선택할 수 있는데요. 전 혼자 사니까 배송을 원한다고 하니 병원에서 약국까지 처방전을 전달해주겠다고 하시더군요. 그리고 약국 전화번호 알려주면서 배송지 주소는 약국에 알려주라고 해서 한 10분쯤 지나서 약국에 전화했더니 택배로 보내주신다고(?) 해서 놀랬는데 일단 알겠다고 했죠.

착불이고 얼마 나올지 모른다고 하셨는데 30분도 안 돼서 누가 전화하더라고요. 퀵기사님이었어요. 문 앞에 둔다고 하셔서 현금을 주고 받을 수 없으니 계좌이체해드린다고 하고 7,000원 이체해 드렸습니다. 코로나 검사도 약도 무료였는데 처음 쓰는 돈이네요. 빨리 받는데 이 정도는 낼 수 있다!

그리하여 받은 소중한 약! 먹으니까 바로 기도가 확장되는 기분이 드네요. 알러지질 환약의 효능인지 숨쉬기 완전 편해졌어요.

참고로 제 코로나 증상은

• 열 없음
• 투통 없음
• 기침 가끔가다가 발작처럼 심하게 남. 특히 잘 때 가습기 필수
• 가래 약간
• 목 아픔

정도였어요. 근데 약을 먹으니 기도가 좀 편해졌다고 느낀 걸 보면 그 동안 저도 모르게 숨쉬기가 약간 힘들었나봐요.

음식 먹을 때 정말 냄새가 안 나고요. 근데 맛은 느껴져요. 김치가 정말 짜구나 싶고. 유일하게 향을 맡을 수 있는게 엄마가 주신 마누카 꿀 향! 락스 냄새도 못 맡는데 마누카 꿀 당신은 대체?! ㅎㅎㅎ

이번 포스팅은 아파서 정신없는데 어떤 절차를 밟아야 하는지 아리까리한 혼자 사는 분들을 위해서 써봤어요. 그리고 특이했던게 코로나 자가격리 기간이 끝나면 재검사 없이 바로 나가도 된다고 해서 신기했고요. 단지 코로나 증상이 다시 나타나면 집에 있으라고 하더군요. 코로나 지원금은 10만원이라고 봤는데 저는 코로나로 쉴 때는 일당은 다 나오고 대신 주휴만 빠져서 지원대상자에선 제외더라고요. 신청방법은 재택격리 끝나고 주민센터에 신분증, 통장 가지고 가서 신청하면 된다고 합니다.

코로나 걸리기 전에 주변에 코로나 걸리는 사람들이 많아져서 어째 점점 좁혀져온다 했는데 결국 같은 공간에서 일하는 분들도 걸리고 멀리 사는 가족들도 걸리는게 이번 유행은 정말 모두 다 걸릴 태세 같아요.

블로그에 오신 분들 모두 부디 많이 안 아프시길 바라고 약 빨리 받아서 드시실 바랍니다.


추가
3월 23일 12:49 보건소 전화
3월 23일 13:02 강북구 재택치료전담운영단에서 격리통지서를 문자로 보내줌
3월 23일 13:39 전화와서 격리생활로 인한 우울감이 있는지 확인함. 집에 있는지 확인하는 거 같았음. 마지막날 다시 전화한다고 함
3월 24일 냄새가 약간 돌아옴. 목소리 많이 돌아옴. 기침도 줄어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