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인지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어린 시절에 TV를 보다가 롯데에 관해 뇌리에 박힌 영상이 있었다. 유니폼을 입은 굉장히 많은 여성들이 롯데 빌딩 앞에 모여 앉아 "성희롱을 중단하라!"라는 푯말을 들고 시위를 하는 모습이었다. 영상은 롯데빌딩의 롯데라는 글씨와 여성들을 번갈아 가며 보여주고 있었다. 대체 얼마나 광범위한 성희롱을 저질렀길래 저렇게 많은 여성들이 단체로 나와서 시위를 하는 것일까 하고 난생처음 보는 광경에 당시 어린 나이였지만 참으로 이상하고 좋지 못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나이가 한참 들어서 롯데계열이 일본 자금으로 운영되고 한국 땅에서 사업을 하면서 세금도 거의 안 내고 있다는 뉴스를 보게 되면서부터 롯데 제품은 안 사겠다는 소소한 나 홀로 불매 운동을 시작했다. 그런데 롯데 불매를 시작하면서 서서히 깨닫게 된 것은 롯데란 참으로 광범위하게 요식업, 식품 나아가 의류 등 생활 전반에 안 깔린 곳이 없다는 것이었다. 나 혼자 안 사 먹는 건 그나마 조심하면 될 일이었는데 모임이나 수업 중에 남들이 무심코 주는 롯데 제품까지 안 먹기는 참으로 애매한 상황도 많이 있었다.
그래도 나홀로 불매 운동에 대한 의지는 꿋꿋했다. 한국 기업의 탈을 쓰고 세금도 잘 안 내면서 한국인이 소비한 돈을 일본으로 가져가는 롯데가 싫었다. 그러다가 몇 년 전 롯데 회장은 한국말도 못 한다는 글을 한 커뮤니티에서 보고 에이 설마 그 정도겠나 했는데 최근 유산 문제로 형제끼리 싸우면서 뉴스에 나온 롯데 일가가 한국어는 더듬더듬 말하고 일어는 유창하게 하는 걸 보자 실체가 무엇인지 확실해진 기분이었다.
최근 들어 많은 사람들이 불매 운동을 해주는 게 매우 바람직한 일이라고 생각하나 이건 단순한 불매 운동으로만 여겨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생각보다 국내 소비 중 매우 큰 자금이 일본으로 들어가고 있다는 걸 TV에서 수치로 보고 나니 그 동안 일본의 노령층을 한국의 근로 세대들이 일본 여행이나 제품을 소비한 돈으로 먹여 살렸던 셈이었다는 걸 모든 사람들이 한 번쯤은 깊이 생각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국내 경기 내수가 그 토록 안 돌던 이유 중에 하나가 불과 몇십 년 전 우리 민족을 철저히 탄압했던 과거가 있는 일본의 영향이었고 그게 광복 이후부터 현재까지 계속 진행형이었다는 게 너무나 소름이 돋는다.
롯데 회장의 형제가 농심 회장이라고 알고 있다. 그래서 롯데 제품을 안 사기 시작했을 때 농심도 끊었다. 롯데는 길거리 가판대에 100% 롯데 제품만 두는 곳이 많아서 참 놀라웠는데 농심도 슈퍼에 가면 라면, 과자는 거의 농심이 제일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서 잘 골라야 한다. 농심 외에 남양, 팔도도 차례로 나 홀로 불매 리스트에 오르면서 정말 마트에서 구매할 수 있는 제품은 전체 물품의 1/4 미만으로 줄어든 기분이다. 실제로는 더 낮을 수도 있겠다.
지금 일본의 정치인들이 누가 봐도 이상할 정도의 강짜를 부리는 걸 보니 일본은 확실히 내부 상황이 매우 안 좋은 거 같다. 내부의 불만이 커지면 그 불만을 외부로 돌리는 건 매우 전형적이고 유치한 정치의 말로이다. 일본은 아베노믹스의 실패와 심각한 고령화 그리고 후쿠시마 원전으로 인해 더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빠진 거 같다. 그래서 자기들 입장에선 아직도 만만하게 보고 있는 한국이 참으로 먹음직스러워 보이나 보다. 기가 막힐 노릇이다. 일본 방송에서 정치인이나 연예인까지 한국에 대해 막말을 하는 걸 보면 저들은 진정 한계에 다다른 것으로 보인다.
세미나와 교육을 들으러 다니면서 들은 충격적인 내용이 지구상에서 가장 먼저 사라질 국가는 한국이라는 것이었다. 출산율로만 본 미래에 대한 예측이다. 우리가 순수 국산 제품을 사용하는 것은 이런 결과를 늦추거나 뒤집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이미 국내 여행 증가와 국산 제품 구매로 내수가 조금 좋아졌다는 뉴스가 나오고 있다.
불매 운동은 기간이 정해진 단어처럼 보일 수 있어서 좀 더 좋은 단어로 누군가 바꿔주면 좋겠다. 최근 들어 신박했던 종이왜구 조선일보나 롯데척식주식회사라는 단어를 만든 반짝이는 두뇌를 가진 한국의 네티즌들이 "불매 운동"이라는 단어를 평생 가져갈 생활 밀착형 단어로 바꿔주면 좋겠다.
남의 나라에 전쟁이 나서 물자 조달하길 바라는 사악한 마음을 가진 왜구는 그 나라에 전쟁이 나서 씻을 수 없는 고통을 당해야 마땅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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