랑종과 곡성 사이 뭔가 이해가 안 된다.(스포 있음)
시나리오를 쓴 한국 감독이 랑종은 곡성의 이전 내용으로 생각하면 된다고 한 글을 본 적이 있는데 약간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다.
랑종에서 님(무당=메디엄)은 바얀 신을 섬기며 동네의 크고 작은 주술적 일과 옷 수선을 병행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녀에겐 큰 오빠와 언니가 있는데 둘 다 거의 연을 끊고 살던 중에 어느 날 언니의 남편이 죽어서 언니네 집에 가게 된다. 언니네 집에는 님의 큰 오빠도 같이 살고 있었는데 그에게는 부인과 갖난 아기가 있었다. 님의 언니는 아들과 딸이 있는데 그 중 아들은 자살을 한 지 좀 되었다. 그런데 님이 보기에 언니의 딸 밍의 상태가 이상하다.
언니가 결혼을 한 형부네 집 안은 대를 이어 악행을 저지른 저주받은 핏줄이다. 조상은 많은 사람들을 학살했고 일족 중에는 공장에 일부러 불을 질러 사람들을 죽이면서 까지 보험금을 타려다가 발각 되어 자살한 사람도 있다. 님의 언니는 돌아가신 시어머니가 하던 개고기 장사를 물려받아서 하는데 이는 국가에서 금지한 행위였다. 가게 간판이 천상의 고기라는게 아이러니하다.
영화 결말에서 님의 조카 밍이 왜 조상의 죄를 짊어져야 했을까 하는 궁금증은 영화 중반부에 나오는데 어린 처자가 너무나 문란한 성관계를 하고 있었다. 밍이 아버지 장례식에서 한 남자가 자신에게 창녀라는 소리를 했다며 갑자기 미친 사람처럼 화를 내는데 남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귀신이 속삭인 말장난에 넘어간 것으로 추측되며 밍의 문란함을 예고하는 부분이다. 나중에 님은 조카 밍이 자살한 친오빠와 근친상간을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밍은 색귀나 다름 없는 여자였던 것이다. 혹은 그런 행동도 귀신에 씌여 그런 것일수도 있겠다. 왜냐하면 밍이 "종종 아래쪽에 큰 통증을 느끼는데 심할 때는 밑이 빠지는 고통이다."라는 말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혹시나 무의식 중에 귀신에 씌여서 그런 짓을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근친상간을 한 밍의 오빠는 수치심이란 것이 있어서 자살을 했는지 아니면 다른 고통으로 죽었는지 까진 모르겠다.
영화 후반부엔 밍에게서 귀신을 떼어내기 위해 굿을 하러 온 사람들과 밍과 관련된 가족들이 사그리 죽는데 님은 믿음을 잃고 나서 죽게 되고 님의 오빠도 죽게 된다. 님의 오빠는 저주 받은 매제의 집안과는 피 한방울 안 섞인 사람이지만 매제가 죽은지 며칠도 채 안 지난 상태에서 젊은 여자들을 끼고 술을 마시며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 나온다. 처자식이 있는 자가 아무 죄책감 없이 젊은 여자랑 성행위도 했는지 나중에 밍이 원귀에 빙의가 됐을 때 젖가슴을 풀어헤치고 자신의 성기에 손을 넣고 비빈 뒤 삼촌의 입을 문지르며 "너 젊은 년 거기 좋아하잖아!"라고 욕을 보이는 장면에서 삼촌도 죄를 진 자라는 것을 분명히 보여준다. 어떤 영화 평론가는 이 장면 때문인지 삼촌이 밍과 잤을 거라는 추측을 하던데 나는 그런 느낌은 못 받았다. 삼촌의 죄는 처자식이 있음에도 간음을 한 것으로 보았다.
밍의 엄마 즉 님의 언니는 원래 자신이 신내림을 받아야 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여동생인 님의 옷과 신발에 부적을 넣고 바얀 신을 속였다. 그리고 수 많은 개를 죽여 개고기를 팔면서 집에서는 반려동물로서 강아지를 키웠다.
밍은 여러 귀신에게 빙의되는데 그 중 개의 형상으로 집 안을 돌아 다니기도 하는 걸 보면 영화에선 개의 원혼도 있다는 것을 선명히 하고 있다. 증명으로 영화 초반에 뱀술을 먹고 탈이 났다고 찾아온 사람에게 님이 했던 말에 있다.(하지만 사람들은 소, 돼지, 닭을 포함해서 많은 동물을 먹는데...)
님은 바얀 신이 자신에게 실제로 있는지 의심을 하기도 했지만 조카인 밍이 빙의 상태에서 한 달 가까이 실종 됐을 때 공장 한 구석에 쓰러져 있던 그녀를 찾아낸 것을 보면 님은 확실히 신통력이 있는 메디엄이었다. 하지만 신을 의심하기 시작하면서 아니 어쩌면 밍에게 씌인 억울하게 죽은 령들이 너무 강력하여 떼어낼 수 없을 거라는 두려움(바얀 신 석상의 목이 떨어져 나간 것을 본 이후) 원귀의 강력한 힘에 굴복했거나 신에 대한 믿음을 잃게 되면서 죽음을 맞이한다.
님이 자살을 한 것으로 보이진 않는데 그 이유는 조카인 밍의 오빠가 자살로 죽은 것을 언급하는 부분에서 "자살하면 영혼이 어떻게 되는지 아냐."라고 하는 대목에서 님이 아무리 믿음을 잃었어도 자살은 하진 않았을 거 같고 또 목을 메거나 약물을 보여주는 장면 없이 침대에서 엎어져 있었던 것을 볼 때 원혼들에 의한 죽음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의아한 건 님의 오빠 가족인 부인과 그 아기의 죽음이다. 부인은 영화상에서 특별한 죄가 있는 거 같지 않다. 그리고 아기도 남자 아기로 보였는데 님의 집 안 대대로 바얀 신을 받는 성별은 여자이다. 그러니 이 둘은 죽을 이유가 없었던 거 같은데 처참하게 살해 당한다. 특히 아기는 밍에게 물려서 끔찍하게 죽는다.
님의 언니는 공장 안에서 불에 타 죽은 원혼들의 저주인지(굿을 하던 장소를 하필 공장 안으로 잡아서) 빙의된 자신의 딸에 의해 불에 타 죽는다.
님을 찍기 위해 왔던 다큐멘터리 카메라 맨들은 밍에게 빙의된 귀신을 떼어내려고 굿을 하러 온 사람들이 짐승처럼 변해 물어 죽여버린다. 곡성 훈도시 씬 = 무한도전 곡성 편에서 정준하를 기절할 뻔하게 만들었던 그 짐승 같은 것과 같은 행동을 하는 것들에게 말이다.
자, 내가 랑종을 보고 나서 이해가 안 되는 건 이것이다. 스토리가 곡성으로 이어지는 게 맞다면 왜 님의 언니가 결혼한 남편의 집안 같이 끔찍한 죄를 많이 저지르지도 않은 곡성에 사는 사람들이 그렇게 끔찍하게 죽었어야 했는가.
영화에서 일본인 연기자를 쓴 것은 딱히 일본이라는 국가에 대한 의미부여보다는 외지인이라는 것을 뜻한다는 글을 본 거 같은데 곡성에서 죽은 사람들 그리고 강간을 당한 여자와 아이에게 대체 무슨 죄가 있었던 것이지 모르겠다. 혹시나 관객에게 친절하게 내력을 다 보여주진 않았지만 그 조상들이 개차반이어서 죽인 것이다라고 하면 아, 그렇군요~라고 받아들일 수 밖에 없겠지만이 아니라 그래도 아이를 강간한 것은 너무 끔찍하잖아!
곡성에서 경찰의 아이가 죽지 않은 이유는 밍과 같은 체질이 됐다는 뜻인건지도 궁금하다. 죄를 지은 자의 대를 끊는 분류 혹은 괜히 밍의 집 안 일에 관여했다가 죽거나 짐승으로 변한 굿하러 온 사람들 분류에도 들어가지 않은 것이 혼란을 준다.
랑종에서 님에게 언니가 질문을 한다. "바얀신을 실제로 본 적이 있니?" 님은 "느낀 적은 있지만 본 적은 없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곡성에서는 친절하게도 마을을 지키는 신이 사람들 앞에 몸소 나타나 경고를 해줘도 사람들은 이를 깨닫지 못한다. 본디 신은 인간 세상에 직접적으로 간섭을 하면 안 된다는 얘기가 있긴 하지만 그래도 기왕 모습을 보이셨으면...
만약 곡성에서 외지인이 무참하게 사람들을 살해한 것이 죽은 마을 사람들의 조상이 잘못을 해서 후손의 대를 끊기 위한 것이었다면 외지인과 그를 돕는 무당은 정의를 실현하는 원귀(?)인 셈이라 마을의 터신도 적극적으로 제지를 못 한 것일까? 원귀와 한 패인 무당이 있음으로 해서 다른 무당이 도와줄 수 있는 길까지 원천적으로 차단한 것이라면 그 듀오는 한 두 번 일을 해본 것이 아니라는 결론이 나온다. 여러 가지 시행 착오 끝에 원귀가 생각하기엔 사람 편을 들어주는 척하는 무당이 있어야 일을 빠르게 처리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났었겠지... 참으로 계획적이며 무서운 듀오이다.
나이가 들면서 우리 주변에 보이지 않는 신이 있으나 좋은 신만 있는 건 아니라는 느낌을 종종 받는다. 그래서 말을 할 때도 한 마디 한 마디 조심해야 한다는 것을 느낀다. 예를 들면 회사에서 너무 힘들다고 "집까지 날아가면 좋겠다."라는 말을 하는 사람이 있는데 이 사람이 현실적으로 집까지 날아가려면 비행기를 타거나 죽어서 영혼만 날아가거나 하는 방법 뿐이라고 하자. 주변에 안 좋은 신은 이 말을 한 사람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그를 죽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가장 빠른 방법을 찾는 감정 없는 프로그래밍 언어 같은 결론을 도출하거나 혹은 단지 본인의 재미를 위해서 말이다.
그러니 말 한마디, 행동 하나에도 남이 보건 안 보건 조심하고 남을 위하는 좋은 일을 하루에 하나라도 하기 위해 노력해야 자신의 미래가 좀 더 편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내가 랑종과 곡성을 해석한 것이 맞다면 감독이 꽤 특이하고 생각이 많은 사람인 거 같다.
시나리오를 쓴 감독이 예전에 어떤 영화를 찍다가 밖에서 개를 죽였다는 소문이 있었는데 영화에서 말하고자 하는게 업보의 대가가 맞다면 부디 소문이 사실이 아니길 바란다.
영화 포스터의 "신이 부른 핏줄"에서 신은 바얀 신이 아니었던 거 같다.